웬수하고의 화해
학원에서 가르친지 몇 달 되었습니다.
월급봉투 몇 번 받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학원에가면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대학생,
주부님들, 남자분들은 대부분 직장인들, 컴실력약하신
시의원님도 몰래 살짝
배워가시기도 하셨고...
다 좋은데 딱 하나 안좋은 점은
정말 가르치기 싫은 사람도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이랍니다.
하고싶은 사람 가르치면 저도 재미있고 배우는 사람도 좋고 할텐데
하기싫은데 억지고 부모님이 가라고해서 간다거나
진학이나
취업때문에 자격증따야 하니깐 따러 온 경우
(그래도 이런 경우는 낫지만...)
공부도 열심히 안하고 자주자주 결석하고
이런핑계 저런핑계 대면서 일찍 가야한다고 그러고...
게중에는 넘 심한애들이 있어서
정말 수업해주기 싫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정말 화가나서 큰 소리로 야단을 쳤습니다.
"너 이렇게 공부하기 싫으면 오지마라. 선생님도 공부하기 싫은
애
억지고 가르치기 싫으니깐..."
또 한 녀석은 다른 애들이 한달내내 열심히 학원와서 공부할동안
수업 다 빼먹고 기출문제를 뽑아달라는 둥 요점정리를 다
해달라는둥
이런저런 요구만 하면서 짜증을 내는 거예요.
그 학생은 아예 수업하기도 전에 벌써 인상을 찡그리고
수업을 받아들일 마음자체가 없더군요.
그런 녀석이 또 요령은 있어서 필기시험 떡 하니 합격을 해왔습니다.
내가 가르쳐준 방법을 그대로 따라는 했더군요.
그래서 실기를 가르치는데 필기야 요령만 가지고도 붙지만
실기는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라서 실기는
도저히
못따라오더군요.
어느날부터 그아이 학원에서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얼마나 좋던지...(앓던이 빠진 것 처럼...)
그런데 이 웬수같은 녀석들
언제부턴가 다시 슬슬 나타나는거예요.
(어이쿠, 저 웬수들...)
농땡이를 쳐서 그렇지 밉지 않은 한 녀석과
정말 미운녀석 둘,
그 아이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기는 했지만
녀석들의 하기싫은 공부 억지로 해야하는 심정을 이해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수업보다는
인간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인간적으로 친해지고나서 왜 공부해야 하는가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가르쳐줬구요.
미운오리 한 놈은 어제 출근하는데
"선생님 배고파죽겠어요. 붕어빵 천원어치만 사주세요."
라며 죽을 상을 하기에 돈을 좀
풀었습니다.
제게 배우는 남고생들이 꽤 많거든요.
녀석들 5시에 학교마치고 왔으니 배가 많을 고픈건 사실이예요.
돈 이천원들고 녀석들 진짜 어린아이같이 펄쩍 펄쩍 뛰면서
좋아라 뛰어나가더군요.
그리고는 김이 펄펄나는 붕어빵이 아닌 용가리빵을 사와서는
제게 먹으라고 권하더군요.
첨에 어른보다 더 어른같은 고등학생들 봤을때는 솔직히 겁나더군요.
요즘 아이들 무섭잖아요 - -;;
근데 알고보니 아이들 너무 순수하고 귀엽더군요.
수업중에 패거리들 몰고와서 수업하는 아이 뒤통수를 후려치며
밖으로 끌어내갈려는
무서운 여학생들도 있었지만,
아이들 모두 지금은 저를 너무 잘 따라줍니다.
중·고등학생들이 많아서 한 아이에게 고작 10분정도 밖에 수업 못하는데도
아이들은 그 수업을 들을려고 한 시간을 기다려
줍니다.
그래서 수업하는게 참 재미있습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 알게된다는 게 너무 좋구요.
제가 아이들이 모두 다 잘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웬수같았던 그 아이들은 더욱 더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