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나무야~!
어제 모처럼 딸과 함께 산을 올랐습니다.
집 앞에 산림공원이 있어 많은 마을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랍니다.
그동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다녔는지
반들반들한 길이 미끄럼틀이 될 정도여서
내려올때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정도지요.
산림공원인지라 산을 오르며
가지각색의 나무가 심어져 있고 이름표가 붙어 있습니다.
리기디소나무, 자작나무, 전나무, 아카시아등등...
산에는 이제 막 진달래가 수줍운 꽃망울을 터트리고
나무마다 여린 움틀이 싹을 힘차게 틔우고 있더군요.
시원하고 달콤한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모처럼 운동을 하러 왔다는 것보다는
딸과 함께 있는 그 자체가 좋았습니다.
우리 딸도 엄마와 함께 있는 게 너무 좋다고 하더군요.
산은 경사가 비교적 가팔랐지만
등산화 덕분에 비끄러지 않고 단숨에 정상에 오를수 있었습니다.
4년간 꾸준히 운동을 해 온 덕분에 체력도 체력이지만
중간중간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해주었기 때문에
전혀 힘이 들지 않았습니다.
산을 타는 내내 머리카락을 나폴거리게 하는 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오랫만에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딸아이의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며
내 눈안에 내 아이의 존재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우리는 몇 년전에 심어놓은 나무가
잘 자라는지 보러가기러 했습니다.
아이들이 겨우 네, 다섯 살때
식목일날 행사에 무료로 묘목을 나누어주고
심는 행사를 했었는데
우리는 그때 "배롱나무"를 신청했었습니다.
아주 어린 묘목이었는데,
그 후로 정말 몇 년만에 그 나무를 보러가는 것 입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나무가 없는 거였습니다.
딸은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않아 망연자실하고...
저는 좀 더 찿아보자며 위쪽으로 좀 올라갔더니
있었습니다! 거기에 우리들의 나무가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이름이 똑똑히 적힌 푯말이 보였거든요.
그리고,
그리고,
우리의 나무는 아주 잘 자라 예쁜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법 굵어진 줄기들...
한참동안 그 나무를 바라보며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그동안 별 탈없이 잘 자라준 우리 아이들처럼
이 나무도 우리가 보러 와주지 않아도
혼자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었구나..
녀석의 강인함에 뿌듯하고 대견하고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사랑해 나무야,
앞으로 자주 보러 올게.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비바람이 몰아치고 폭우가 쏟아져도
강해야 한다~!
강해야 해.
나무는 환하게 웃으며 오래도록 우리 모녀의 모습을
목을 빼고 살피고 또 살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