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 나는 만화가지망생이었습니다.
4년간의 습작기간을 거쳐 화려한 데뷔를 꿈꾸었지만, 결국 지방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혼을 하면서 금방 예쁜 아기가 생긱면서 만화가의 꿈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뱃속의 아기는 내가 책상앞에 앉아 펜대를 자는 것조차 싫어했으니까요.
그렇게 나의 아기가 태어나고 그 아기가 커가는 동안 세월은 정신없이 흘러가 버리더군요.
하지만 아직도 내게는 만화가가 되기위해 몇 날 몇일 밤을 새워 펜과 원고지를 들고 씨름할때의 열정이 남아있습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구상하고 콘티를짜고 자료를 모으고 나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그림에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은 힘들었지만 엄청난 희열을 느끼게 해주었지요.
그랬었기에 내게 만화가 원작이었던 작품이 영화화 되거나 드라마화 되는 건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여지껏 '비천무'라든가 '풀하우스'에서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궁"이라는 작품은 처음부터 참 재미있고 흥미롭게 다가오더군요.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무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독특한 소재,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이신과 이율 황태자의 대비 그 속에 마치 부드러운 스폰지케익처럼 그들의 대립을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채경이(윤은혜)의 존재. 그리고 얄미운듯 하면서도 가여운 효린이.
이들의 캐릭터들은 각각 개성이 뚜렷해서 극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더군요.
특히나 저는 채경의 행동 하나 하나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마치 아이스크림 CF를 보는 듯한 그 귀여운 표정들.
그 표정에 SS501에 푹 빠져있던 우리 딸이 순식간에 채경의 팬이 되어버렸지요.
제가 봐도 채경은 좋아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캐릭텨였고, 윤은혜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맡은 역학을 120% 소화해 내고 있는 듯 합니다.
또한 저는 아주 매력적인 두 황태자에게서 눈길을 뗄 수 없었습니다.
차가운 듯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유를 갈망하며 따뜻함도 배어있는 이 신 황태자 그리고
부드럽고 따뜻한 성품이지만 누구보다 외롭게 자라 항상 슬픔과 외로움이 가득 배인 눈빛을 지닌
이 율 황태자. 그는 오직 한사람만을 바라봅니다.
자기를 친구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그 여자아이는 늘 다른 남자를 바라보고 그 남자로 인해 상처받고 울곤 하지요.
그런 그녀의 아픔으로 인해 홀로 눈물짓는 율이...
나는 어쩐지 그 율이의 외로운 눈빛과 눈물에 마음이 더 쓰이고 눈길이 가더군요.
드라마는 두 황태자의 캐릭터를 아주 강력하게 대비함으로서 두 사람을 묘하게 더 돋보이게 하는 듯 합니다.
다만 이미 다른 남자의 여인이 되버린 채경을 권력을 이용해서 뺐어버리겠다는 율이의 야망은 조금 눈에 거슬리더군요.
야망은 어디까지나 야망으로 끝나야지 만야 그 야망이 현실이 되어버린다면 아마도 이혼이 너무도 흔한 이 시대에 좋아만하면 남의 여인을 무슨 수를 써서 뺐어도 된다는 인식을 이 드라마의 대부분의 시청자인 청소년들에게 심어줄까봐 우려가 됩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름다운 법...
신이와 효린이가 그랬고...
신이와 채경이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끈의 묶였고...
율이의 첫사랑은...
제가 작가라면 결국 율이는 사랑을 위해 채경을 포기하는 쪽으로 할 겁니다.
채경은 신이와 함께라야 행복하거든요.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도록 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따뜻한 마음을 지닌 율이도 결국 자신이 채경을 차지하지는 못하고 언제는 포기해야 할 때가 올 거라는 걸 예감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다만 지금은 그게 인정이 안되고 포기가 안되는 거지요.
어쨌든 두 황태자의 사랑이 보다 선명한 대비를 이루어가는 요즘 드라마는 쳐지는 법 없이 야뮤지게 처음과 같은 탬포로 재미를 더해가는 군요.
항상 저녁 9시면 째즈댄스를 하기위해 학원을 가는데 10시에 끝나면 얼른 달려와서 우리 딸과 함께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면서 드라마를 봐야 겠습니다. 내일...
(이미지를 올리고 싶지만 저작권 문제때문에 올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