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초·중·고생들의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된다. 초등학교는 5~6학년때부터 ICT(정보통신 기술) 단원을 17시간 이상, 중학교는 컴퓨팅 알고리즘과 프로그램을 34시간 이상, 고등학교는 정보 과목을 일반 선택과목으로 바꾼다. 나이에 맞게 다양한 분야에서 코딩 알고리즘을 배우게 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4~5년 전만 해도 인문학 열풍이더니 이젠 코딩 교육해서 죄다 개발자로 키운다는 건가?’ 혹자는 이런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코딩 교육은 모든 학생들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 왜 어려서부터 코딩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지, 코딩 교육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제공: Olena Yakobchuk/shutterstock.com)
“게임을 하는 것에만 만족하지 마세요. 이제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코딩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모든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코딩을 배울 수 있도록 ‘일주일에 1시간 코딩하기’라는 ‘아워 오브 코드(Hour of Code)’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한 애플의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는 “모든 국민은 코딩을 배워야 합니다. 코딩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입니다”라고 생전에 강조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코딩 열풍이 불기 시작한 건 작년 초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허무하게 컴퓨터의 승리로 끝나면서부터다. 인공지능(AI)과 4차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이 때부터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을 자처하면서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셈이다. 소프트웨어 강국인 이스라엘에서는 1994년부터 학생들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정규 과목으로 포함시켰고, 일본은 2009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핀란드와 영국도 2014년부터 코딩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여기서 혹자들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내 아이는 예능에 소질이 있는데 왜 프로그래밍이나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로 배워야 하느냐”고 말이다. 그건 코딩 교육이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관 때문이다. 앞서 오바마나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코딩 교육은 프로그래머나 개발자, 엔지니어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과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코딩 교육의 ‘진짜’ 목적은…
코딩이 컴퓨터 언어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건 맞지만, 코딩 교육의 목적은 컴퓨터에 직접 데이터를 넣어보고 새로운 값이나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창의적인 사고력이 생기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따라서 코딩 교육이 아이들의 창의력, 사고력, 논리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선진국들이 오래 전부터 앞다투어 코딩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의무화한 것이다.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 코딩은 숨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서 가고자 하는 층을 누르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도 코딩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판기에 동전이나 지폐를 넣고 어떤 음료를 빼내야 할 지 결정하는 것도 코딩의 역할이다. 코딩은 컴퓨터와 대화할 수 있는 언어인 것이다. 외국인을 만났을 때 영어나 일어 같은 외국어로 소통하듯이 컴퓨터와 대화할 때도 컴퓨터 언어인 코딩을 알아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코딩 교육에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알고리즘은 음식의 레시피와 같다. 무조건 한꺼번에 섞어서 볶고 데치고 끓인다고 음식이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우선순위를 정해주는 게 알고리즘이다. 다만 로봇완구를 조립할 때처럼 몸통부터 조립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머리나 다리부터 조립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것을 먼저 우선순위로 할 지는 조립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알고리즘에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해외의 코딩 교육 사례
미국에서는 비영리재단인 코드닷오알지(Code.org)가 중심이 되어 코딩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코드닷오알지는 미국 학생들에게 컴퓨터 과학 학습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재단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무료 코딩 교육과 코딩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모든 사람들이 코딩을 배워야 한다는 개념에서 시작한 ‘Hour of Code’ 프로젝트는 180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한 시간 분량의 코딩 체험 동영상을 40여개국 언어로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딩클럽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4년을 코드의 해(Year of Code)로 지정하고 다양한 코딩 교육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이에 따라 영국은 5세부터 코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코드클럽(Code Club)은 영국의 코딩 방과후 교육 프로그램인데, 구글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화를 진행하고 있다.
핀란드에서 2016년부터 초등학교 정규 과목으로 코딩 교육을 실행하고 있다. 코딩학교인 Koodikoulu를 운영하고 있다. 이 코딩학교는 4~8세 아동에게 무료 코딩 교육을 제공하며 2015년 10월 이후 운영하는 곳이 200개가 넘었다.
코딩 교육 어떤 것들이 있을까?
코딩 교육 의무화뿐만 아니라 일찍부터 코딩 교육이 필요한 진짜 이유를 일찍부터 눈치챈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다양한 코딩 교육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모아봤다.
1. 애플 ‘스위프트 플레이 그라운드’
애플의 어린이 코딩 교육도구 ‘스위프트 플레이 그라운드’는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앱이다. 아이패드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이 앱은 어린이들에게 프로그래밍 원리를 쉽게 알려주기 위해 기획됐으며 초등학생이나 청소년들에게도 이 앱을 통해 코딩을 재미있게 알려줌으로써 실제 앱 개발로 넘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2. SKT ‘스마트 로봇 코딩 스쿨’
SKT의 코딩 스쿨은 스마트 로봇 알버트를 활용해 어린이들이 숫자, 계산, 논리, 패턴, 공간과 같은 수학 개념을 이해하고, SW 개발 과정인 ‘코딩’을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3. 네이버 ‘소프트웨어야 놀자’
‘소프트웨어야 놀자’는 네이버가 설립한 비영리 교육재단인 커넥트재단에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교육 지원 서비스이다.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코딩 교육 관련 행사도 운영한다. ‘대학생 선생님과 함께하는 소프트웨어 교실’도 마련해 소프트웨어와 코딩 교육에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쉽고 재미있게 소프트웨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4. 삼성전자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삼성전자에서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교육 지원 서비스인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는 2013년 8월 여름 캠프와 2013년 2학기 46개교 시범교육을 시작으로, 2014년 1학기부터 연간 1만 여명의 학생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방과후 교실,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 진로 멘토링 등을 제공하고 있다.
5. 미래부 ‘SW창의캠프’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SW창의캠프는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소프트웨어를 경험하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약 한 달 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며 컴퓨팅 기반의 창의적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과 소통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편, 안랩은 지난 2015년 9월 경력단절여성들을 대상으로 무료 소프트웨어 코딩 강사 교육인 안랩샘(AhnLab SEM(Software Education Manager) 아카데미(이하 안랩샘)'를 진행하고 있다. 경력단정여성들의 재취업 기회를 확대함과 동시에 코딩 교육 저변 확대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이다. 안랩샘은 코딩 기초과정, 심화과정, 하드웨어 융합과정 등 세 과정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안랩샘 수료자들은 '안랩샘 코딩교육강사' 수료증과 소프트웨어 교육교사 양성 과정인 '3CT코딩강사' 민간 자격증을 동시에 취득할 수 있다. 이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은 현장실습기간을 거쳐 코딩교육 서비스 전문가로서 기업·교육 기관 등에서 진행하는 코딩교육 강사로 취업하거나 개인 창업, 안랩샘 교육과정의 강사 및 안랩샘 파트너 주관의 각종 코딩 교육 프로그램의 강사 등으로 활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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